못 먹는 것 자체가 불운한 거 아닌가
제가 음식을 절제하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제게 “사람이 당연히 먹어도 되는 음식도 못 먹고 쌀도 아닌 보리나 잡곡마저 충분히 먹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귀와 같이 슬픈 일 아닙니까?” 라고 말합니다.
남보쿠의 답변
당신은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해도 모르겠지만 일반 대중도 듣고 있을 테니 도리에 대해 말하도록 하겠다.
먼저 천군이나 장군도 쌀을 먹는다. 또 밑의 신분인 자들도 먹는 것도 쌀인데 이게 상당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매일 세 끼의 쌀밥을 먹으면서도 싫증을 내지 않으면서 보리쌀을 먹으면 아귀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자기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쌀 다음으로 치는 것이 보리이다. 천군부터 일반 신분까지 그 신분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생각해본 적 있는가?
천군이 쌀을 먹으면 우리 같은 미천한 신분은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먹는다 해도 신분에 지나친 사치일 것이다. 그럼에도 쌀이나 보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치를 먼저 깨닫고 자기 신분에 넘치는 가호에 하다못해 보리라도 먹고 근신하는 것이 좋은 일일 것이다. 어찌됐든 음식은 두려운 마음으로 절제하고 삼가해야 한다.
대식가도 적게 먹어야 할까
저는 대붕(大鵬, 상상의 큰새)과 같은 큰 새입니다. 어찌 제비나 참새들이 먹는 음식으로 목숨을 지탱할 수 있겠습니까?
남보쿠의 답변
대붕과 같은 큰 새나 참새와 같은 작은 새도 그 나름의 음식이 있다. 당신은 작은 새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큰 새는 음식을 많이 먹지도 함부로 먹지도 않는다. 봉황은 물 외에는 먹지 않는다. 작은 새들은 곡식이며 열매는 물론 인간과 가축의 배설물까지 무엇이든 먹는다. 당신과 같이 음식을 함부로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의 구분 없이 함부로 먹는 사람은 현명하지 못하다. 입으로는 큰 새를 말하면서 마음도 먹는 것도 모두 참새와 같다. 어찌 참새가 봉황의 깊은 뜻을 알겠는가.
기운이 빠지더라도 괜찮나
저는 큰 뜻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음식과 술, 고기를 항시 먹고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해서 천하에 제 뜻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런데 검소하게 식사를 하면 기운이 빠져서 뜻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남보쿠의 답변
원기라고 하는 것은 하늘로부터 얻어지는 가장 근원이 되는 힘을 말한다. 넓은 대자연의 기운으로 나를 풍성하게 해주지만 반드시 강한 것은 아니다. 이는 음식을 통해 목숨을 양생한다 해도 그 기운은 강하게 할 수는 없다. 속된 말로 원기가 좋다는 것은 기가 세고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술과 고기를 즐기고 폭식하며 겉으로만 세 보이려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출세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입신출세하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당신은 항상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뿐이고 행동이 바르지 못하여 평생 발전이 없고 만약 발전하길 원한다면 스스로가 절제하고 신중해야 한다. 열 사람 몫의 신중함을 갖는 사람은 열 사람만큼의 입신출세를 누릴 수 있고 열 사람 이상의 신중함을 갖은 사람은 열 사람 이상의 출세를 얻는다. 또 만 명의 신중함을 갖는 사람에게는 만 명 이상의 발전이 있는 법이다.
따라서 음식은 심신을 지탱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되 절제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절제하는 것이 어렵지만 어려운 가운데 절제하는 자에게 그만큼의 발전이 있는 것이다. 또 절제함을 최우선으로 할 때 발전할 수 있다.
불교에 부자가 많은 이유는
신도(神道)는 큰 절이라도 부자가 없지만 스님은 부자가 많아 금은보화를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러는 걸까요?
남보쿠의 답변
신도는 양(陽)으로 마음이 엄숙하고 깨끗하다. 세상살이와 섞이지 않고 몸과 마음을 스스로 깨끗이 하기 때문에 청빈한 사람이 많다.
또 불법은 음(陰)으로 조용하며 고요하다. 더러운 것이나 불결한 것을 마다하지 않으니 사방에서 시주가 모이므로 당연히 부유하다. 요즘의 스님은 마음속으로는 법을 배반하면서도 겉으로는 육식을 절제하고 또 음색처대(淫色妻帶)를 삼가하며 항시 절제하는 것을 기본 계율로 하고 있다. 이것이 정욕을 누르고 스스로는 불만이겠지만 그 덕이 자연히 천지에 닿아 자기에게 돌아오므로 가난해도 그에 상응하는 복이 있는데 이것을 자연의 복덕이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신도는 처와 자식이 허락되고 항상 술과 고기를 마음대로 먹고 음색을 즐기는 등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니 그 덕을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큰 신사라 해도 가난한 것이 당연하다. 고승은 모르지만 신분이 낮은 자가 절제함이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한다면 병으로 고생하고 단명하는 것이 이치이다. 하늘 아래 직업의 귀천은 제쳐두고라도 마음대로 누리면서 소원을 성취하며 출세 하는 사람은 없다.
부자로 장수할 수는 없나
저는 복과 재산, 그리고 수명을 다 누리고 출세하길 바랍니다. 이것도 음식을 절제하면 이룰 수 있습니까?
남보쿠의 답변
복, 재산, 장수를 누리면서 출세하기 위해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을 엄격하게 하면 음식도 자연히 엄격하게 절제할 수 있다. 음식은 마음인 동시에 임금이다. 그 나라의 흥망성쇠는 임금에게 달려 있는 것과 같이 임금이 절제하고 신중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반대로 임금이 신중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하게 된다. 따라서 음식을 신중히 하고 절제하면 복, 재산, 장수는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이다.
돈은 천하의 보물로 많이 써도 누가 쓰던지 돌고 돌면서 천하에 남아 없어질 일이 없다. 하지만 음식은 아주 조금의 양이라도 더 먹게 되면 배설물로 나와버려 다시는 세상에 나올 일이 없다. 이는 크게 덕을 잃는 일이다. 음식을 함부로 먹는 자는 스스로 목숨을 해치고 복, 재산, 장수도 잃게 된다.
따라서 복, 재산, 장수를 잃는 데는 음식 외에는 없으며 여러 가지 고생을 하는 것도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교만하게 과식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대식, 폭식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복, 재산, 장수를 유지하고 연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이렇게 매일 덕을 쌓아가면 그 끝엔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고 발전할 수 있다. 본인이 평소에 절제하고 삼가한 음식들이 자연과 천지에 차고 넘치면 입신출세하여 천지에 그 뜻을 펼칠 수 있다. 여기에 관상법의 길흉은 관계가 없다. 오로지 먹는 것, 식량을 절제하고 삼가하는 것과만 관련이 있다.
결혼을 하는 스님도 있다던데
선생님께서는 본원사 종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거기는 처자도 있고 육식도 하면서 항상 교만합니다. 그런데도 일생 동안 행복한 삶을 보냈다 안심하고 있습니다.
남보쿠의 답변
불만 많고 무지한 중생들은 죄 많고 방황하여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이들을 회유해서 길들이고 인도하고자 할 때 이끄는 사람이 너무 깨끗하고 존귀하면 모두가 두려워서 가까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어서는 도를 전파하여 도움을 주기 어렵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조사(祖師. 한 종파를 세워서 그 종지를 열어 주장한 사람의 존칭)는 자비를 갖고 겉으로는 저속한 사람과 같이 행동하므로 중생들이 두려움 없이 그 곁으로 모여 혼탁한 마음을 풀고 평안하게 되었다. 한없이 넓고 커서 끝이 없는 음덕으로 법익(法益)이 왕성해지고 스스로도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중생을 위해 여자를 가까이 하고 육식을 하는 것도 큰 자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종종 마음이 썩은 자가 불문에 입문하여 조사(祖師)스님의 큰 뜻도 모른 채 수행이 원래 이런 것인가 하여 속인처럼 나태한 생활을 하는 스님이 있다. 그런 스님이 문제인 것이다.
젊은 시절 재산을 잃었다
저는 젊어서부터 운이 좋아 재산을 많이 모았는데 요즘 들어 운이 안 좋고 매해 크게 재산을 잃어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남보쿠의 답변
당신은 젊어서 운이 좋아 복으로 가득 찾기 때문에 스스로 재산을 잃는 것도 또 그것이 이른 시기에 재산을 잃는 것도 운이 좋은 것이다. 당신이 욕심 부린다 해도 하늘이 자연스레 그리 할 것이다.
하늘이 벌을 내려 재산을 잃는다면 빈곤할 일도 더 많지만 스스로 잃을 때는 감당이 되는 한에서 힘들 일도 적고 또 다시 채우기도 빨리 채울 수 있다.
당신은 처음부터 재산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원래 빈곤하였지만 하늘의 복을 받아 유복하게 되었으므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근본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다. 근본을 잊은 사람은 끝이 좋지 않지만 근본을 잊지 않는 사람은 잘난 체 하는 일도 없고 잘나서 우쭐대다가 큰 코 다칠 일도 없다.
또 복운이 있는 사람이 빈곤함에 대해 알고 있으면 평안하다. 이를 근본을 아는 사람이라 한다. 부자가 빈곤함을 아는 것은 스스로 어질고 군사를 잘 다스리는 장군과 같아 집안이 쇠할 일도 없다.
부귀(富貴)는 사방에서 빈곤이 모여 부를 쌓은 것이기 때문에 빈곤함은 부귀의 근원인 동시에 그 근본이다. 가난한 자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부자는 적다.
따라서 사람은 빈곤함을 아는 것을 부귀의 근본으로 하고 모든 일에 근본이 빈곤임을 알아야 한다.
군주라 해도 처음부터 군주가 아니라 신하가 모여 군주라 부르기 때문에 귀한 것이고 가난한 신하가 모여 군주의 지위가 굳어지는 것이다. 가난을 알고 난 후에 신하를 다스리면 자연히 부국이 된다.
신하를 자기 자식과 같이 생각하고 신하도 군주를 대할 때 자식과 같이 대하면 그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그것 또한 부국의 근본이다.
나아가 신하를 다스릴 때는 항상 여동생을 다루듯 하고 아플 때는 자식과 같은 마음을 갖고 매일 세 번의 식사도 위아래 구별 없이 신하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또 술을 마시지 못한다 하여도 한 달에 두 번 내지는 세 번 신하와 함께 술을 마시며 나라가 번창하도록 부탁하라.
그리고 쓸만한 물건이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해도 버린 사람을 너무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에 마음을 뺏겨 만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 또 음식을 엄중히 하고 하루 세 번의 식사 외에 음식을 신하에게 주더라도 나는 먹지 말아야 하며 이를 3년간 지키면 나라를 다시 세우고 원래대로 부유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