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지 않는 삶은 없다
요즘 들어 자꾸 아프고 집안 형편도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가한 형제들은 모두 부유하게 살면서도 저를 도우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고소하려고 합니다.
남보쿠의 답변
사람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당신으로 인해 생긴 일이지 다른 사람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당신을 지켜주고 도우려는 자가 많다. 왕은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고 또 군사들은 우리를 해치려는 자로부터 보호해준다. 농부들은 농사를 지어 우리가 먹고 살 곡식을 제공하고 대장장이는 도구를 만들고 상인은 필요한 물건을 조달해준다.
왕부터 서민까지 모두 당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간이나 보내면서 만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생각지도 않고 함부로 먹으려는 자는 아무리 관상이 좋다고 한들 하늘의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결국 당신처럼 오장육부가 썩어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모두 만물의 덕을 모르고 검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난하고 아프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모두 자기가 잘못한 탓이다. 따라서 당신의 병을 다른 사람이 알리 없고 하늘이 만든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절제를 기본으로 음식을 절약해서 조금씩 먹고 검약하는 생활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풍요로워지고 병도 낫는다.
성욕과 식욕 사이
저는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쉬운데 기방에 드나드는 것을 절제하기가 힘듭니다.
남보쿠의 답변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다. 절제함의 제일은 음식이 되어야 한다. 기방에 가서 돈을 뿌리고 방탕하더라도 음식을 절제하고 삼가면 집이 망하거나 병을 얻을 일은 없다. 또 장수하고 자연히 집안도 풍요로워진다.
식(食)이 매사의 근본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엄격히 지켰을 때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음식은 사람에 따라 대소강약이 있기는 하지만 하루 세 공기를 먹는 사람이 절제하고자 한다면 2공기 반으로 양을 정하고 또 세 번 외에는 식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소금 절인 생선 외에 미식을 먹어서는 안되고 이를 잘 지켜야 한다. 또한 기방에 가서도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식욕은 생명의 기본 욕구
음식을 절제하고 적량만 섭취하면 가업을 소홀히 하더라도 출세할 수 있습니까? 보통 사람들은 가업을 중요시 여기고 음식은 제일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생을 위해 가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남보쿠의 답변
왕을 비롯하여 생명을 가진 모두가 먹기 위해 일에 전념한다. 하물며 짐승도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매일 돌아다닌다. 그러한데 사람이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또 일을 하지 않으면 음식이 고귀한 줄 모르고 평생 술과 고기를 즐기고 함부로 폭식하기 때문에 마음이 흐트러지고 게으름을 부리면서 오늘은 쉬고 또 과식하니 내일은 기분이 안 좋아서 쉬고 이렇게 반복하면 결국 마지막엔 병을 얻어 고생하게 된다. 이것은 모두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신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식생활이 근본이기 때문에 음식을 절제하고 엄격히 정하여 신중히 하면 몸과 마음이 다같이 엄격해진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절제 있는 생활을 한다면 다른 사람이 일을 못하게 하더라도 일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따라서 음식을 절제하면 가업도 왕성해지고 출세도 할 수 있다.
대식가가 될 수밖에 없는 직업에 대해
스모 선수나 기생과 같은 사람은 음식을 절제하지 않아도 높은 곳까지 오르고 이름을 날립니다. 이는 무슨 이치로 가능한 것입니까?
남보쿠의 답변
유명한 스모 선수는 일본의 호걸로 그 역량이 만인을 압도하기 때문에 호걸의 이름을 천하에 떨친 것이다. 또, 유명한 기생은 천하다 하여도 그 예도(藝道. 기예나 연예를 닦아 나가는 길)가 만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다. 비록 미천하다 하여도 그의 업이 많은 사람보다 뛰어나면 유명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대중의 심심풀이는 될 수 있어도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기생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름을 떨치지만 그들이 죽고 난 후 30년이 지나서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절제할 줄 알고 일반 대중을 위해 오래 큰 공헌을 한 사람은 그 이름이 오래도록 알려지고 일반 대중들은 그 덕에 감사하며 따르며 오래도록 그 명성이 길이길이 후손에게 전해지는 법이다. 이런 사람의 업적은 국가의 이익과도 연관되어 있다.
입은 화장실의 입구다
입은 먹기 위한 용도로 있는 것인데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보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최상의 즐거움으로 그 이상의 즐거움은 없다고 봅니다.
남보쿠의 답변
사람의 즐거움도 천차만별이다. 무사는 큰 공을 세우는 것이 즐거움이고 농민들은 자신의 밭을 늘려 선조보다 잘 사는 것이 즐거움이고 또 대장장이는 물건 만드는 기술로 다른 이보다 잘 하는 것 장사꾼은 장사가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어 유복해지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
이와 같은 즐거움을 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음식을 절제 없이 즐겨도 상관없지만 미식(美食)을 즐기는 자는 빈곤도 면치 못하며 평생 출세할 수 없다.
음식을 즐기기 전에 절제하고 삼가하여 먼저 입신출세의 즐거움을 즐기고 그에 따른 유복한 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 순서이다. 처음부터 먹는 즐거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하늘로부터 빈곤의 고통을 받는 것이다.
입은 먹는 것이 들어가는 입구인 동시에 화장실의 입구이기도 하다. 입을 통해 들어간 음식을 토해내면 그 형태는 그대로라 하더라도 더럽기는 똥과 매한가지다. 음식을 많이 먹고 싶을 때는 먼저 그 음식을 화장실에 버리는 것을 상상해 본다. 그래도 먹고 싶을 때는 먼저 그 음식을 변기에 버려보라. 아무리 인면수심인 자라 할 지라도 이것을 똥 속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절제할 줄 모르고 신중하지 못한 행동은 매일 음식을 변기에 버리는 것과 같은 무서운 일이다. 특히 미식을 많이 먹는 것은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귀인이나 부자는 장수하는 사람이 적지만 빈곤한 사람 중에는 오래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미식으로 명이 짧아지고 가난한 자는 검소하게 식사하여 수명을 연장하기 때문이다.
솔선수범의 미덕
집안에 숨어사는 쥐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대낮에 나와 설치는 일이 있는데 이것도 집안의 길흉과 관계가 있습니까?
남보쿠의 답변
쥐는 음(陰)의 동물로 어두운 밤을 대표하는 동물인데 낮에 나온다는 것은 집안이 크게 흉하고 가족에게 병이 생기거나 집안에 재앙이 들고 망할 전조이다. 가족들이 건강할 때는 양기가 넘쳐 음의 동물인 쥐가 집안에 돌아다니지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가운이 쇠할 때에는 양기가 사라지고 집안이 음기로 변하기 때문에 음의 동물인 쥐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낮에 나와 휘젓고 다닌다.
한 집안의 가운의 성쇠는 주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집안이 왕성해지길 바라면 아침 저녁으로 신불 앞에 불을 밝히고 난 후 주인의 음식을 신불에게 바치고 그것을 다시 거지와 같이 못 사는 사람에게 시주하는 것이 좋다. 이는 매일 지켜야 한다.
또 가업에 전념하면서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궁리하도록 한다. 아침 6시에 매일같이 일어나서 동쪽을 향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참배하고 소양발달(少陽發達)의 기운을 받는다. 또 집안이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보살피고 아랫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 아랫사람이 잘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침에는 아랫사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진실치 못한 주인은 밤새도록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놀면서 부하들의 잠을 방해하고 자신은 늦게 일어나면서 부하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도록 하고 또 자신은 미식을 하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절약과 검약을 강조하고 부하를 크게 혼내는 사람은 화합을 이룰 수 없으며 결국 패가망신하고 만다.
군주는 나라의 뼈로 그 근본을 지배한다. 그런 반면 신하는 그 밑의 그림자와 같다. 음식을 먹을 때도 사이를 두지 말고 군주가 즐거울 때는 신하에게도 즐거움을 주어 함께 즐기는 것이 군주다운 행동이다. 그러면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게 될 때 백성들은 자진해서 군주를 돕겠다 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을 모르면 군주는 군주다운 것을 모르고 신하도 마찬가지이다. 군주의 미덕이 부족하면 신하는 신하다울 수 없다. 군주의 처신에 따라 신하의 길흉이 결정된다. 우주의 원리가 이와 같은 이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상만으로 길흉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결국 길흉의 원인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있다. 이것을 나의 관상에서 진리로 삼고 있다. 관상을 보고 점을 친다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빨리 집에 가서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음식을 절제하고 신중히 함이 좋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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